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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me Design

땅벌 한마리 죽었더라.

by 게임혼 2022. 9. 23.

가을의 초입도 지난지 수십일 째 일이다.

 

그 날따라 몸은 무겁고 관절이 비명을 지른다. 필시 괴상한 날씨 탓이리라 비가 오다 말고 오면 많이 오고 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화창한 것은 이제 따라가기 힘든 몸이 알아서 비명을 지르게 만든다.

 

그러한 날에 화창함에 못이겨 삐걱되는 관절을 부여잡고 수 층의 계단을 내려갔다. 비 온 뒤 맑음은 언제봐도 화창하다. 아픔도 잠시 잊고 오랜 시간 함께한 거리를 걸어봤다.

 

갑자기 생겨난 까페, 식당, 그리고 사라진 사람들과 새로운 사람들. 거리는 변화하지만 나도 이렇게 여기서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 서글퍼 질 때 쯤 머리가 지근 거리기 시작했다.

 

전 날 마시지 못한 커피 기운에 뇌가 카페인을 달라고 성화인 것이다. 참으로 손이 많이 가는 몸이다. 다시금 쑤시는 관절을 부여잡고 지근거리는 머리통을 어루만지며 인근의 까페로 갔다. 10년인가 오래도 함께한 장소에 들어서서 늘 마시던 커피 한잔을 들이켰다.

 

간사한 뇌는 이미 커피 향만으로도 정신 팔려 아픈 시늉도 내지 않는다. 그리고 말짱한 정신이 카페인으로 인해 감정의 고조를 불러오고 다시금 떠나야하는 내 마음은 가을의 조금 시린 바람에 내밀어 버린다.

 

천천히 집에 가는 길은 화창한 날과 달리 조금은 춥다. 다시 관절을 부여잡고 계단을 오르다. 땅벌 한마리 죽어 있음을 보았다. 힘겹게 닫힌 건물을 헤매이다 죽은 것이리라. 계단을 오르는 과정에서 그 죽은 놈이 왠지 눈에 밟혀 밖으로 던졌다.

 

집에 들어서며 괜시리 말했다.

 

"밖에 땅벌 한마리 죽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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