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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C

외주 개발자의 면접

by 게임혼 2022. 10. 5.

 몇일 째, 자정 전에 잠에 들지 못했다.

 

 간만에 잡은 일거리라 쉬어 하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이들과 달리 능력이 부족한 탓에 몸을 더 써야 하는 것이다. 어차피 발주사의 목표는 내가 생각하는 것 보다 더 멀다. 부지런히 해야 얼추 맞출 수 있는 것은 역시 능력이 부족한 탓이다.

 

 오늘은 특히 더 몸이 무겁다. 의자에 앉은 가슴은 숨쉬기 힘들다고 명치 끝에서 신호를 보낸다. 잠시 답답한 가슴을 펴고 기지개를 해보지만 시간은 9시 30분이다. 발주사 직원들과 대화는 7시에 끝났지만 나는 더 업무를 봐야 했다. 몇일 간 휴일에도 업무를 보고 자정에 침구에 눕지도 못했지만 말이다. 내일 면접이 있다.

 

 외주 개발자에게는 면접이 쉽지 않다. it일용직이라 불리는 만큼 업무량을 맞추지 못하면 좋은 꼴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결국 오전에 일찍 일어나 하기로 하고 손을 땟다, 면접을 보기 전 날에 씻기도 해야 했지만 가슴이 답답해서 쉼이 쉬이 쉬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내 뜨끈한 온수에 몸을 장시간 불릴 수 있는 사치도 지금 뿐이다. 욕실을 들어서나 나서나 바뀐 건 좀 더 힘이 든다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찬 보리차 꺼내어 마시고 조금 정신을 차린 뒤 자러가자.

 

 이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에 쉽게 잠이 들지 않을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내일 면접을 위해서는 자야 하는 것이다. 좋은 조건에 일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 좀 더 잠이 잘 오겠지. 좋은 생각만 해보자고 다짐하며 힘겹게 눈을 감는다.

 

외주 개발자의 면접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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